- 저자: 이광형
- 출판사: EBS BOOKS
- 출판 연도: 2023년 11월
안녕하세요, 이번에 소개할 책은 카이스트 총장 이광형 교수의 책인데요 이 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저자는 30년 동안 자녀 양육과 교육 현장, 그리고 삶 속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 부모, 사회 편으로 나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도서소개
저자 소개
줄거리
아이는 미래에서 온 사람이다(아이 편)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반세기가 있다
우리는 현재를 산다. 휴대전화를 켜면 보이는 오늘의 날짜와 시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다. 우리는 이 시간에 대해 대체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약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어른에게는 좀 더 다른 시간 개념이 필요하다.
나는 아이를 창의력 있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반세기 이후 미래를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자주 들여다보며 미래를 상상하는 법을 길러야 한다고. 아이와 부모 사이에는 반세기가 있다. 아이와 부모 사이 나이 차는 35여 년 정도(2022년 평균 출산 나이 33.5세)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일곱 살이고 부모가 마흔 살이라고 가정해 보자. 부모는 1980년대에 태어났다.
부모가 내 아이만큼 어렸을 때 제24회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었고, 곧 물이 귀해져 생수를 사 먹는 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말에 다들 ‘설마 그럴 리가! 하고 믿지 않았으며, 휴대전화는커녕 무선 전화기도 흔치 않은 시대를 살았다. 다시 우리 아이가 자라고 있는 2020년대로 돌아와 보자. 곧 제33회 프랑스 파리 올림픽이 열릴 예정이고, 물을 사 먹거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일이 보편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차이만큼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커다란 시간의 강이 흐른다. 그 강에는 물리적인 시간만 흐르는 건 아니다. 문화, 지식, 환경, 경제,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 큰 차이가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간다는 건 마치 래프팅을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래프팅은 언제 절벽이 나타날지, 뾰족한 바위나 소용돌이를 만날지 모르는 가운데 물살에 몸을 맡기고 노를 저어 가야 한다. 지난 시간 어떤 굴곡이 있었든 상관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다. 정해진 매뉴얼도 없다. 이렇듯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이를 내 생각에 맞춰서 움직이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아이를 컨트롤하려는 것과 같다.
아이를 키울 때는 현재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커서 살아갈 미래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카이스트 교정에는 웃는 모습이 예쁜 젊은 학생들이 여기저기를 누빈다. 언제 저렇게 성년이 될까 싶어도, 내 품에 있는 작디작은 아이가 저기 학생들만큼 자랄 시간은 길게 봐야 15년이 채 되지 않는다. 부모라면 사랑스러운 내 아이가 독립된 개체로 단단히 성장할 수 있게 버팀목이 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한 무리의 리더가 되어 세상을 이끌고 나가길 조심스레 기대해 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른이라면, 부모라면, 우리 아이가 성장해 성인이 된 후의 삶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부모가 시간을 현재에 고정시키지 말고 반세기 후를 상상하며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이들은 미래에서 왔다. 미래를 살아갈 사람이다. 그러므로 어린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부모는 항상 고려해야 한다. 정리하면, 지금으로부터 30~50년 후를 생각하며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아이가 한참 사회생활을 할 2050년대를 생각해보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휴대폰은 여전히 있을까? 그때를 대비해 어떤 언어를 가르쳐야 할까? 환경 위기는 해결되었을까? 인구 감소 문제는?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 그 알 수 없는 변화 속에서 살아갈 아이를 현재의 생각으로 재단하고 양육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러니 아닐까? 세상은 늘 변한다고 생각하며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는 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도 부모는 아이에게 변하지 않는 걸 가르쳐야 한다.
바로 인간에 대한 도리, 즉 인간성.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 ‘어려운 사람은 도와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사랑은 나눌수록 힘이 세진다. 등과 같은, 어쩌면 식상하게 느껴질지 모를 가치 불변의 진실들 말이다. 그것은 30년 전이나, 300년 전이나, 심지어 3000년 전이나 그대로 우리에게 통용되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유전자가 결정된다. 호모 사피엔스 유전자는 유구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전히 변하지 않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역사 기록을 보면, 100년 전 인간사나, 심지어 7000년 전의 인간사나 모두 비슷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는 메소포타미아 길가메시 대서사시를 보아도 그렇다.
질투하고, 영생을 추구하고, 싸우고, 배신하고, 숭배한다. 변치 않는 인간 본연의 진리, 이것이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와 유행이 변해도 사람이기에 변치 않는 인간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부모는 그 갈피를 확실히 잡은 가운데 단호하게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 그것이 창의력보다 우선이다. 아니, 밑바탕이다.
창의력의 8할은 노력에서 나온다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한 사람이 있고, 큰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이 있다. 세상은 그걸 두고 흙수저, 금수저로 나누어 때론 부러워하고 때론 자랑을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죽을 때도 태어난 그대로일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물론 출발점은 달랐다. 타고난 부가 그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었고, 때론 사람들 틈에서 의기양양했을 것이며, 그로 인해 남들보다 앞서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건대, 출발점이 도착점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전자 또한 타고난다. 태어날 때부터 운동 신경이 뛰어난 사람도, 공부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유머러스한 사람도 있다. 그것은 유전자에 각인된 선천적인 재능이자 장점이다. 그러나 그 역시 후천적인 노력으로 변한다. 운동 신경이 뛰어나다고 다 운동선수가 되는 것도, 공부 능력이 뛰어나다고 다 학자가 되는 것도, 유머러스하다고 해서 다 코미디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노력이라는 것은 뇌세포 회로 연결을 늘리는 일이다.
노력하고, 사고하고, 사용할수록 신경 연결이 발달한다. 아무리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해도 가꾸지 않고 방치하면 큰 의미가 없다. 김연아도, 박인비도, 박지성도, 조성진도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연마하는 시간을 통해서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다.
강조하지만, 창의력이란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하고 나오는 게 아니다. 8할이 노력에 달려 있다. 같은 것을 뇌 속에서 얼마나 반복하고 연마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에게 ‘새롭게 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오르게 해 주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반복하면 습관이 되어 다양한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그게 가깝게는 창의력이고, 멀게는 부모가 줄 수 있는 인생의 커다란 선물이다.
생각도 마음도 반짝이는 아이로 키우기(부모 편)
아이의 미래를 주관식처럼!
어른들은 아이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하고 자주 묻는다. 어린아이들은 소방관, 택시 운전사, 선생님, 유튜버, 아이돌 등 주변 곳곳에 보이는 멋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기억했다가 장래희망으로 대답하기도 하고, 우주비행사, 마술사, 만화 주인공 등 상상의 나래를 펴서 답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아빠와 혹은 엄마와 결혼하는 게 꿈이라는 깜찍한 대답을 해서 부모를 웃음 짓게 만든다.
이 질문은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에게도 여전히 통용된다. 하지만 부모는 더 이상 어린 시절 아이가 천진하게 대답하던 자유로운 미래 희망에 웃음 짓지 않는다. 아이의 선택이 곧 미래를 어느 정도 결정짓기에 질문에 무게감이 조금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대답에 따라 장래희망이 장래성이 있나 생각하고, 아직 구체적인 생각이 없다는 대답에 조급증을 느끼기도 한다.
대부분 대학에 들어갈 때 성적에 따라 학과를 정하면서 직업을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어느 정도의 진로가 정해지기에 (물론 막상 성인이 되면 학과와 다른 진로를 정하는 경우도 있고, 대학을 가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먼 미래에는 시스템 자체가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부모의 생각은 깊어진다.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 장래성 있는 직업이 무얼까 생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우리 눈에 보기 좋은 직업이 미래에도 좋으리란 보장은 없다. 아이가 한참 사회생활을 하는 미래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한의사는 꽤 괜찮은 직업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현재는 의대가 인기 있는데, 인공지능이 대세가 될 미래에도 그럴지는 알 수 없다. 공부를 하지 않고 게임만 하는 아이를 보며 부모는 크게 한숨 쉬었지만, 어느새 게임을 잘하면 프로게이머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오늘은 미래의 과거이다. 오늘 보기에 좋은 것을 목표로 준비하면, 우리 아이는 20년 후에 과거지향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미래를 내다보고 직업을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국제 관계와 인구 변화, 기술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면서 세상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읽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이런 것들이 세상을 바꾸는 주요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부모들에게 이와 별도로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아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재미있어하는지 자세히 지켜보라는 것이다.
취업정보회사 인크루트에서 직장인의 현재 직업의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직장인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업무와 처우 모두 만족한다.”라는 응답이 15퍼센트로 나온 반면, “업무와 처우 모두 불만족한다.”라는 응답은 38.6퍼센트를 나타냈다. “모두 불만족한다.”를 선택한 이유로는 낮은 연봉과 인상률(47.4퍼센트), 미래가 불안정한 직업(21.9퍼센트), 적성에 안 맞는 업무(17.5퍼센트) 등을 들었다.
또 “과거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직업에서 다른 직업으로 바꿀 것인가?” 하는 흥미로운 설문조사도 진행했는데, 무려 응답자의 84.3퍼센트가 “작업을 바꾸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는 현재의 직업에 만족을 느끼지 않음에도 돈을 벌기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대부분 생계를 꾸리기 위해, 아파트 대출을 갚기 위해, 우리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 만족하지 않은 일을 참으면서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만큼은 미래에 ‘업무와 처우 모두 만족한다., ‘하는 일이 재미있고 즐겁다.라고 대답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이렇듯 우리는 보통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괴리를 느끼며 사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 정도로라도 삼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 잘하는 일을 좇아 돈을 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100세, 120세 시대이다. 물론 도중에 하는 일의 장르를 바꿀 수도 있지만, 부모라면 좋은 직업의 길라잡이가 되고 싶지 않겠는가? 재미없는 걸 업으로 삼기엔 인생이 너무 길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객관식 답을 강요하듯이 현재 좋아 보이는 직업이나 일을 요구할 게 아니라, 아이가 무엇이든 오랜 시간 즐거워하고 집중하는 것을 살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아이 장래 희망의 튼튼한 씨앗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원하는 장래 직업은 이미 정해진 답이 있는 객관식 문제와도 같다. 미래에는 부모가 낸 사지선다형 문제 속에 답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하고, 각광받는 직업이 없어지기도 하면서 직업의 세계는 변하고 또 변한다는 얘기이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 부모의 생각을 요구하는 건 아이의 가능성을 좁히는 일이다. 그보다는 아이가 집중하는 일, 재미있어하는 일, 잘하는 일, 금방 시간을 보내는 일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재미가 특기가 되고 장기가 되도록 칭찬해 주자. 칭찬을 받으면 아이는 자꾸 반복하고, 반복하다 보면 능력이 늘어난다.
사람들은 재능이란 타고난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믿는다. 같은 일을 1만 시간 반복 연습하면 특출한 능력이 만들어진다는 법칙이다. 1만 시간을 연습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10년이 걸린다. 손흥민 선수, 아이돌 등은 모두 10년 이상 참고 노력했다. 그들이 10년을 참고 노력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바로 누군가의 칭찬이었다. 기억하자. 아이의 미래는 아직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주관식 세상이다.
‘가정-학교-사회는 창의력 연대이다(사회 편)
도대체 코딩이 뭐길래?
애플 CEO 팀 쿡은 2017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한 인터뷰에서 영어보다 코딩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전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역시 “미국 내 모든 유치원과 초 · 중 · 고에서 코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오늘이 가장 느리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세계 굴지의 내로라하는 IT업계 대표들은 왜 소리 높여 ‘코딩을 외치는 걸까?
코딩이란 사전적으로 “정보 · 통신 작업의 흐름에 따라 프로그램 언어의 명령문을 써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일”을 말한다. 나는 코딩이란 미래의 새로운 언어라고 정의하고 싶다. 즉 코딩은 ‘디지털 시대 제2의 영어인 셈이다. 영어가 글로벌시대 인재가 되기 위한 핵심 역량이라면, 코딩은 새로운 미래에 꼭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우리는 외국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 영어를 비롯해 다양한 언어를 배운다. 다른 나라 언어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고체계 및 문화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즉 우리 아이에게 영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를 가르친다는 건 세계화에 발맞춤 해주기 위한 일이다.
우리가 코딩을 배우는 것 역시 미래에 통용될 언어, 즉 미래의 문화를 배우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미래에는 코딩이 지구상 70억 인구가 자신을 표현하는 데 영어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더 좋은 언어가 돼 줄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딩과 프로그램 사이에는 과연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코딩은 컴퓨터의 기본 언어이다. 우리가 한글 가나다라를 배우듯 코딩은 컴퓨터의 언어를 습득하는 일이다. 우리는 단순히 가나다라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가나다라를 조합하여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낸다. 그 문장을 가지고 좋은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을 알고리즘이라고 보면 된다. 프로그램은 알고리즘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스토리에 아름다운 배경, 맥락, 상상력, 감정, 가치관 등을 덧붙여 문학을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코딩은 국어학 개념이다. 정확한 답이 있다. 누구나 같은 정보를 배우고, 그 배움에 있어 차이는 없다. 그 반면 프로그램은 문학 개념이기에 정확한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개발자에 따라 답이 다르다. 어떤 시스템을 만든다고 할 때, 만드는 사람에 따라 동일한 코딩을 써도 다른 답이 나온다. 즉 코딩은 저작권이 없는 절대적 지식에 가깝다면, 프로그램은 저작권이 있는 주관적 지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코딩과 알고리즘, 프로그램 중에서 어디에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지만, 그 선택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코딩이 필수인 셈이다. 즉 코딩은 미래 AI 시대를 대비한 기초 중에 기초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22년 초6 · 중3 · 고2 학생 총 2만 27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희망 설문조사에서 ‘장래희망이 없다.라고 답한 학생 비율은 초등학생 19.3퍼센트, 중학생 38.2퍼센트, 고교생 27. 2퍼센트였다. 그 이유로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또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몰라서 등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꿈에 관해 논할 때 나 역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게 없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등의 말을 자주 듣는다. 사실 학생들이 이런 대답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과도한 입시경쟁에 내몰려 국영수를 잘해야 인정받는 획일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설령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해도 주류에 속하지 않는 것들이라면 말하기 어렵기도 하고, ‘네 성적으로 과연' 과 같은 질문을 받을까 두려워 속 시원하게 꺼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 가서나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 뒤늦게 사춘기를 겪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다시 점검해 보는 일도 생긴다.
우리 아이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가? 아이가 확고한 꿈이 있다면 정말 기특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아이의 꿈을 찾기 위해 부모도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꿈은 앉아서 머리로 고민한다고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꿈이 없는 아이를 지닌 부모가 있다면 아이에게 일단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으니 조급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다방면의 체험과 경험을 해 볼 것을 권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남으로써 자극의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확고한 꿈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살면서 놀랄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해 왔다는 것이다. 그들을 보면, 자신에 대해 끝없이 성찰하면서 동시에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성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결코 놓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꿈을 이루는 시기를 세상의 기준에 맞춰 정해 놓지 않았다. 그저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꾸준히 이루어 나갔다. 이러한 경험을 지닌 사람을 아이에게 직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아이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 그 사람의 책을 읽게 하거나, 강연을 들으러 가는 등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자기 먹을 밥그릇은 타고 난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낳으면 저 스스로 밥벌이는 할 것이라고 믿던 시절 만들어진 속담이다. 나는 여기에 조금 더 보태 타고난 밥그릇도 꿈에 따라 달라진다. 라고 말하고 싶다. 꿈의 크기가 곧 인생의 크기라는 뜻이다. 혹자는 꿈의 크기가 무엇이 중요하냐 반문하기도 한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꿈을 정해 하나씩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게 현실적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나는 꿈을 실현하고, 실현하지 않고를 생각하기 전에 최대한 큰 꿈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큰 꿈을 찾는 일을 미리부터 포기하는 건 내 안의 잠재력을 믿지 못해서이다. 못한다고 믿으니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삶의 적극성과 주체성이야말로 꿈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꿈은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이끌어 나가는 자의 것이다.
이런 점은 학교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는 카이스트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만들려는 꿈이 있다.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게 된다. 스스로 믿음이 부족하면 노력을 하지 않고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된다고 믿으면 되고, 안 된다고 믿으면 안 된다.
다만 부모나 아이 모두 꿈을 찾는 일을 풀어야 할 과제처럼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미지의 보물섬을 탐험하듯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꿈을 찾아보자. 미래에는 무궁무진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전망이다. 국영수를 못해도, 수능을 잘 못 봐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 속에 아직 발견되지 못한 꿈이 우리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꿈은 꾸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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