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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도서소개, 저자 소개, 줄거리

by gold story 2024.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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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 지은이 : 방윤희
  • 출판사: 생각정원
  • 출판일: 2023년 11월

 

안녕하세요! 작가 방윤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도심에서, 혹은 창밖에서 만날 수 있는 새들의 행동과 생태, 그들이 우리 일상에 불어넣는 작은 변화와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책인데요 우리 주변의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새들이지만, 새들의 생생한 영상 BBC 자연 다큐멘터리 못지않았습니다. 책을 읽으시는 분들도 이런 생생함의 현장에서 새들을 만나보시길 바라며, 소박한 기록이 하루 잠시 '새 볼 틈'을 내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도서소개

1일 1새 방구석 탐조 생활,
새와 나, 세상을 긍정하는 리추얼!

자연 상태에서 새들의 생태를 관찰하는 ‘탐조 활동’을 방구석에서도 할 수 있을까? 새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할 수 있다면? 탐조가이자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방윤희 작가는 12년 동안 함께 한 반려견 비단이가 죽자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좋아하는 새를 보러 밖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 창가에 놓아둔 모이를 먹고 가는 새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버리려던 스마트폰이 생각나 설치한다. 하루 8시간씩 찍고 저녁마다 열어보았다. 야외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도감에서 찾아보던 것과는 다른 새들의 일상이 펼쳐졌다. 박새, 쇠박새, 참새, 동고비, 어치, 청딱따구리 등, 집 근처 숲에서 날아오는 새들은 아름다웠다. 보드라운 깃털과 초롱한 눈망울, 모이를 콕콕 쪼는 부리, 움켜쥔 발…. 무엇보다 새들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자기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었다. ‘사생활을 엿보는 건 아닐까.’ 미안해진 저자는 새들의 삶을 기억하고, 나름의 응원을 보내기로 했다. 창틀 먹이터에 오는 새의 종류와 특이점, 행동, 습관을 1년 365일 기록하는 것으로.

 

탐조인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방윤희 작가가 창틀 먹이터를 찾아오는 새들의 사생활을 기록한 소소한 생태 일기입니다. 별일 없는 새들의 일상을 통해, 피할 수 없는 삶에 대한 긍정과 묵묵히 살아내는 ‘별일 없는 하루’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드립니다.

 

저자 소개

학교에서 만화예술을 공부했고 지금은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한다. 주로 그림을 그리며 지내고 가끔 동네를 산책하면서 새랑 곤충, 나무와 풀 등을 구경한다. 새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림 그리는 것이 더 즐거워졌고 새를 둘러싼 자연에도 좀 더 관심이 생겼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을 들여다보고, 이를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이 책은 지난 1년 동안 버드피딩을 하며, 새들의 일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영상과 글로 기록한 내용을 묶었다. 1일 1 새, 날마다 새를 만나면서 저자는 새를 보는 일은 바로 하늘을 보는 일임을 깨닫는다. 지은 책으로 초보 탐조인을 위한 《내가 새를 만나는 법》, 멸종동물 세밀화를 모은 《사라지지 말아요》가 있다.

 

줄거리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프롤로그

하루, 잠시 새 볼 틈

 

저는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새를 좋아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왜 좋은지는 모르겠어요. 몇 년 동안 새를 지켜본 이야기를 담아 《내가 새를 만나는 법》이라는 책도 냈습니다. 새를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새는 하늘을 보게 하죠. 어쩌면 제가 새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탐조 활동이라고 해봐야, 작은 카메라를 메고 동네를 어슬렁대는 게 다입니다. 남편이 쌍안경을 사주긴 했네요. 이 소소한 활동을 탐조라 하긴 민망해서 저는 새를 본다고 말합니다.
12년 동안 키우던 반려견 비단이가 세상을 떠난 후, 밖으로 나가 새를 보는 일에 시큰둥해졌습니다. 그림 작업을 핑계로 집에만 있었죠. 자꾸 눈물이 나고 말도 하기 싫었습니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정에 휩싸여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창문 밖에 새가 보여도 제 마음은 푹 가라앉아 있었어요. 새들은 포르르 어딘가를 향해 분주히 날아다녔습니다. 멍하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새를 바라보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신발장 쪽 작은 창문틀에 해바라기씨를 몇 개씩 올려두었습니다. 비단이가 떠나기 전에도 창틀에 가끔 새 모이를 올려두곤 했어요. 우리 집은 2.5층, 창밖의 아래쪽은 보일러실이라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습니다.
새들은 모이를 물고 금방 날아가 버려요. 그런데 제가 종일 집 안에 있다 보니 창틀에 드나드는 새들과 마주치게 됐습니다. 박새, 동고비, 쇠박새, 참새, 까치, 어치······. 봄여름과 가을에는 하루 한 줌, 먹을 게 없는 겨울에는 한 줌씩 세 번 모이를 줬습니다.
눈으로만 새를 보다가 어느 날 핸드폰을 바꾸면서 구형 핸드폰으로 ‘창틀 먹이터를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창문 틈에 핸드폰을 세워놓고 녹화 버튼을 눌러놨어요. 꾸준히 모이를 주니 갈수록 찾아오는 새가 많아지고 점점 먹이양도 늘어났습니다.
저녁이면 녹화된 영상을 열어보았습니다. 우리 집에 다녀가는 새를 가까이서 보니 굉장히 새롭고 신기했어요. 오늘은 누가 왔을까?, 어떤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까? 자꾸만 생각났습니다.
어느 날, 동고비가 부리에 진흙을 묻히고 왔습니다. 진흙을 물어 나르며 둥지를 짓다가 배가 고파 잠시 들른 거죠. 고단한 듯 보이는 동고비의 모습에 어떤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비를 홀딱 맞은 채로 다급하게 먹이를 물고 가는 까치는 또 왜 그리 안쓰럽던지요.
제가 재미로 하는 버드피딩과 촬영이 새들에게는 먹고사는 일이었습니다. 왠지 좀 미안했어요. 그래서 매일 영상을 나름대로 분석했습니다. 우리 집에 오는 새의 종류와 특이점, 행동, 습관 등을 일기처럼 적었지요. 덕분에 단골도 알아보고 이름도 지어줬어요. 새의 일상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응원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날보다 그날이 그날인 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우리 사는 것처럼 새들도 날마다 똑같이 와서 그저 모이를 먹고 갔지요. 그래도 돌이켜보면 창틀에서 바라본 새들의 1년은 분주했어요. 집 짓고, 짝짓기 하고, 새끼 낳고, 먹이다툼하고, 여기저기 다치고, 새끼를 독립시키고, 털갈이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왔습니다. 새와 함께한 일상을 기록한 노트가 10권입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았어요. 어떤 새가 몇 번 왔는지, 먹이를 얼마나 먹었는지 적었습니다. 다친 모습, 싸운 일······ 창틀 먹이터에 들른 새들의 일을 날마다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이 책은 기록해 둔 노트를 간추린 것입니다. 365일 우리 집 창틀에 날아와, 무기력하던 내게 하루의 의미를 일깨워 준 새들 이야기예요. 기적과 신비는 먼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바로 옆에 있더라고요. 작은 몸집으로도 치열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매일 똑같은 하루를 지루해하지 않고 살아가는 새들의 삶이 기적처럼 보이고 신비로웠습니다. 어쩌면 나, 당신,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겠지요.

 

봄_날고 싶고 뛰고 싶은 마음

3월 : 세상에, 우리 집까지 밥 먹으러 오다니! 2022년 3월 1일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아침 해가 뜨고 비가 그친 뒤에 홀딱 젖은 어치 한 마리가 우리 집 창틀에 나타났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비에 젖은 모습은 왠지 처량스럽다. 날개가 젖은 어치도 좀 안쓰러웠다. 근처 작은 숲에 사는 새들에게 붉은 벽돌집 창틀이 맛집으로 소문이 난 모양이다. 비 오는 날에도 어치가 찾아온 걸 보면.
지금이야 "어, 어치네" 하며 까치 보듯이 하지만, 지난달에 처음으로 핸드폰에 찍혔을 때는 꽤 놀랐다. 비록 영상이지만 어치를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고, 또 참새나 박새에 비해 덩치가 커 화면을 꽉 채웠기 때문이다.
요즘 새들을 훔쳐보는 흥분이 조금 진정되면서 새로운 소문나서 와봤더니 호기심이 생겼다. 오늘 찾아온 어치가 어제 왔던 그 녀석인지 궁금해졌다. 예전엔 새를 구분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같은 종의 새는 모두 똑같이 생겼으니까. 그래서 한 마리가 여러 번 오는지, 모두 다른 새인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거의 스토킹에 가깝게 새를 살펴보니 같은 종이라도 아주 똑같지는 않았다! 한번 구분해 볼까.

 

3월 2일 어치도 사람처럼 얼굴만 보고 누군지 알 수 있을까? 어치는 부리와 연결된 검은 털이나 머리에 있는 검은 점이 특징이니까 영상에서 그 부분을 잘 살펴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똑같았다. 그 녀석이 그 녀석이었다.
핸드폰 영상에서 캡처한 수십 컷의 어치 사진을 모니터에 한꺼번에 띄웠다. 두 시간 넘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다른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여러 어치 중에서 얼굴이 다른 녀석을 드디어 찾았다! 오른쪽 눈 밑에 흰 털이 조금 난 어치가 보였다. 그리고 오른쪽 날개의 파란 줄무늬에 검은 점이 있는 녀석도 알아보게 됐다. 하지만 나머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아무튼 이 두 마리 말고 다른 어치가 보이니까 우리 집을 방문하는 어치는 최소 세 마리다. 느낌적(?) 느낌으로는 다섯 마리쯤 되는 듯하다. 그런데 오늘 알아본 새들이 내일도 우리 집에 와줄까?

 

3월 4일 오늘 창틀에 온 박새 중에 특이하게 꽁지가 왼쪽으로 많이 흰 녀석이 보였다. 원래 오던 박새의 꽁지가 흰 것인지, 새로운 녀석이 온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도 자고 일어나면 머리털이 뻗치고 눌리는 것처럼 박새의 꽁지도 밤사이 눌린 건가? 아닌데, 길에서 주운 깃털은 탄성이 있어서 구부려도 금방 제자리로 오던데, 뭔가 수상하다. 식사 중인 다른 박새들의 꽁지깃은 모두 똑바르다.
뭐지? 부러진 건가? 왠지 가슴이 쿵쿵 뛰었다. 가까이에서 새를 관찰하니,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박새는 우리 집 창틀에 뿌려놓은 해바라기씨를 맨 처음 물어간 새이다. 확실히 다른 새들에 비해 모험심이 많은 듯 보인다. 그 모험심 때문에 어디서 다친 것은 아닌지······.
예전에 살던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도 처음 와준 새는 바로 박새였다. 보통 새에게 모이를 줄 때는 작은 그릇이나 걸개로 된 버드피드 용기를 설치한다. 하지만 셋집에 사는 나는 이도 저도 마땅치 않았다. 어느 날 동네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새들이 주택 창가를 기웃대며 창틀의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 좁은 창틀도 새들에게는 먹이 활동을 하는 장소가 되는구나.

 

나는 창틀에 그냥 한번 해바라기씨를 뿌려놓아 보았다. 바로 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는데, 한 달여 만에 첫 손님으로 반가운 박새가 찾아왔던 것이다.

 

3월 14일 오늘은 비가 제법 내렸다. 새들이 촬영된 영상에는 2시간 15분 내내 빗소리가 들렸다. 빗소리를 들으며 새들이 오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하고 느긋해졌다. 이것이 새멍인가.
새들은 머리를 세숫대야에 담갔다 뺀 것처럼 다들 이마가 폭 젖어있었다. 어떻게 비를 피하는지 궁금했는데, 그냥 이렇게 비 맞고 다니기도 하는가 보다. 초등학교 시절, 하굣길에 비는 오고 우산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집까지 뛰어갔던 것처럼.
새 여러 마리가 비를 뚫고 해바라기씨를 구하러 왔지만, 어치는 보이지 않았다. 어치를 알아보는 데 부쩍 재미가 들려 녀석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그동안 구분한 어치들에게 이름까지 붙이며 한껏 마음이 부풀었다가, 요 며칠은 보이질 않아 마음이 좀 누그러지는 중이다.
어짱, 어돌, 어잘, 어선, 어끝, 어연, 어리, 어삼, 어중, 어쭈, 어블. 이렇게 열한 마리의 어치에게 이름을 붙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 찾아오는 어치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고작 해바라기씨 조금 놓아둘 뿐인데, 불편하고 좁은 공간인데, 이리도 많은 어치가 우리 집 창틀을 알고 있다니! 놀랍다. 어치들 간 그새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걸까? 그동안 집 근처에서 어치들이 곽곽대며 떠드는 소리가 많이 들렸다. 혹시 그중에 저 붉은 벽돌집 창틀에 해바라기씨 맛집이 있어, 너도 가봐 라는 말도 섞여 있었을까. 

 

5월 : 그 작은 알에서 나오느라 고생했어!

 

5월 29일 오늘은 짹짹이 새끼 참새들이 나타난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새끼 참새의 방문이 계속되면서 좀 곤란해졌다. 새끼 새들이 짹짹대는 소리는 동네 어디서 잠깐 들을 땐 반가웠는데, 창문 앞에서 계속 들리니까 정말이지 괴롭힘 수준이었다. 창틀에서 해바라기씨와 땅콩 부스러기를 먹으며 부모 새를 기다리는 새끼 참새들 숫자도 조금 늘었다.
이 귀여운 가해자들이 나타난 첫날, 기쁨에 들떠 먹기 좋게 해바라기씨와 땅콩을 갈아 벽돌 위에 뿌려 주었다. 부모 도움 없이 혼자 해바라기씨를 부숴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새끼 참새들은 보이는 새마다 다가가 날개를 파닥이며 입을 벌려 먹이를 달라고 짹짹거리며 보냈다. 그러다 먹이를 얻지 못하면 내가 뿌려놓은 가루를 주워 먹는 데 열중했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참새들이 좀 큰 것 같다!

 

5월 30일 창틀 먹이터는 어린 참새들이 점령해 버렸다. 형님 참새들과 그보다 더 어린, 아직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참새들이 섞여 쉴 새 없이 짹짹대며 창틀을 구석구석 헤집고 있다. 곤충의 긴 더듬이를 부리 옆에 묻힌 칠칠찮은 참새도 있고, 열매(아마도 버찌?)를 얼굴로 먹었는지 온통 벌게진 채 짹짹거리는 참새도 있었다.
특히 이 열매 얼룩 있는 녀석은 밥 달라고 짹짹거리며 이 새 저 새에게 구걸하더니 급기야 곤줄박이한테도 입을 벌렸다. 곤줄박이는 당황했는지, 모이도 안 물고 휙 날아가 버렸다. 이렇듯 어린 참새들이 마구 들이대면 어미가 아닌 다음에야 다들 슬슬 피했다.
가끔 부모 참새가 아무도 없는 창틀에 벌레를 물고 와 새끼를 찾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창틀을 제집처럼 휘젓고 다니는 새끼 참새들을 계속 보다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부모 참새들이 창틀을 놀이방 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침마다 새끼들을 이곳에 데려다 놓고 볼일 보러 다니는 어미들?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3월에 우리 집에 오는 어치들을 몽땅 구분하겠다고 덤볐 다가 너무 힘들어 포기할까 말까 할 때, 마치 어치들이 거봐라, 괜히 시작했지? 하고 쳐다보는 것만 같았는데, 이런 나를 어치가 보면 또 한마디 할 거 같다.
"당신, 참새맘에게 호구 잡힌 거야."

가을_자연은 가을에 씨를 뿌린다

9월 : 조심해! 눈을 맞추면 마음이 넘어가니까

9월 15일 어제부터 아무리 참새 무리를 들여다봐도 참새 흑발이가 보이지 않는다. 엊그제 봤을 땐 괴사 한 부분이 떨어지려는 듯 옆으로 아예 돌아가고 남은 부위에 염증과 핏자국이 보였다. 혹시 발이 떨어져서 돌아다니기 힘든 상태인가? 착지할 때나 모이를 먹을 때 한 발로는 아무래도 불편할 거다. 참새 흑발이는 한쪽 발만으로도 뒤처지지 않고 잘 살아갈 거라고 믿고 싶은데, 역시 힘든 걸까.


9월 18일  여름에 초록빛 감을 뚝뚝 떨어뜨렸던 감나무에 달린 감이 붉게 익었다. 그나마 낮 동안에는 안간힘으로 버텨내던 늦여름의 더위가 저녁나절이 되면 힘이 다 빠져버리는지, 서늘함마저 느껴졌다.

서랍에서 긴소매 옷을 꺼낼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창틀에 오는 대부분의 새는 털갈이를 마치고 말끔한 모습이 됐다. 다만 늦게 태어난 참새들만 아직도 털갈이 중이다. 머리털이 엉기고 성글어 까치집 지은 꼴로 나타나는 녀석들이 많아졌다.
참새 흑발이는 오늘도 보이지 않았다. 벌써 5일째다.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다. 매일 오던 녀석이 갑자기 안 오니까 나쁜 쪽으로 생각하게 된다. 흑발이 상태가 유독 눈에 띄었을 뿐, 발이 불편해 보이는 참새는 더 있었다. 깨금발을 하는 녀석, 발가락에 작은 사마귀 같은 게 있는 녀석도 여럿이었다. 참새뿐만 아니라 멧비둘기도 발에 콩알만 한 혹을 달고 있는 녀석이 있다. 어쩌면 멧비둘기에게 잘 생긴다는 바이러스 탓일까. 그리고 동고비 수컷의 오른쪽 발가락 하나도 벌겋게 부었다. 야생의 새들에게 무엇보다 날개가 중요하겠지만, 먹이 활동을 할 때는 발을 쓰기 때문에 발 건강도 중요하다. 이동보다 먹이가 더 중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발이 성치 않은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새들의 녹록지 않은 삶에 마음이 아프다.

 

겨울_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12월 : 어제도 오늘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12월 4일 첫눈이 왔다. 눈은 낙엽 위에 살짝 쌓이는가 싶더니 금세 녹아버렸다. 잠깐이나마 눈송이가 바람에 날리며 산자락이 희끗희끗해지는 모습에 마음이 설렜다. 올해 태어난 새들은 처음 보는 하얀 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의 방문 기록모든 새 총 2451번
오늘 오후 새들이 드나든 횟수는 총 2451번이다. 내가 아는 어잘, 어벌, 동백, 수발, 흑발, 뒤통이, 땜빵이가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녀갔다. 그런데 박새 중 한 녀석은 늦은 오후에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먹다가, 다른 새들이 오면 날개를 쳐들고 쫓아내기 바빴다. 신참인지, 이곳은 많은 새가 끊임 없이 들락거리는 장소란 걸 모르는 모양이다.
직박구리는 배와 윗다리가 젖어있고, 한 박새는 몸통이 좀 더 젖어있었다. 녀석들, 날이 좀 풀려서 목욕하고 온 모양이다. 설마 사람들처럼 새해맞이로 목욕을 한 건 아니겠지?
어느새 2022년의 마지막 날이다. 아마도 새들에게는 어제와 다를 게 없는 날이겠지만, 1년을 365일로 나눠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날이다. 한 해를 돌이켜보고 다음 해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날이니까. 2022년은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한 해였다. 바쁘게 지낸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창틀 스토킹이었다. 매일 기본 2시간씩, 가을이 되고부터는 하루 4시간씩, 주말도 빠짐없이 뭔가를 계속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딱히 별다르게 한 일은 없는데 하루 종일 바쁘고 피곤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찾아오면 창틀을 촬영한 지 1년이 된다. 그러면 홀가분하게 스토킹을 청산해야지. 전처럼 모이만 조금 놔줘야지. 그래도······ 가끔 궁금하면 또 촬영하겠지? 올해 차곡차곡 모아놓은 새들의 모습은 내년 여름쯤엔 영상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어떻게 만들지 아직 머릿속이 복잡하고 엄두가 안 나지만, 뭐 천천히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내년의 나에게 맡겨보자.

 

에필로그 _ 영화는 끝나도 삶은 계속되지

지난 1년 동안 새들과 함께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창문을 경계로 공간이 분리돼 있었지만, 분명 우리는 사계절을 같이 보냈다. 새들의 삶에 끼어든 건 나였다. 그저 모이를 준다는 핑계로 새들의 생활을 스토킹 하듯 엿보았다. 그건 어떤 의미에서는 미안한 일이다. 혼자 좋아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아파하고 감탄했다. 새들은 본능대로 먹이를 좇아 와서 먹고 배설했겠지, 애초에 나라는 인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을지 모른다.
나는 새를 사랑하지만, 멧비둘기는 미워했다. 너무 많이 먹고, 창틀에 똥을 싸고, 털이 너무 많이 빠진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쫓아내려 했다. 인간이 다른 생물에게 내뱉는 공생이란 단어가 얼마나 공허한지 그렇게 깨달았다. 이기적인 건 도리어 나라고 멧비둘기가 가르쳐준 셈이다. 생존 본능에 따라 먹이 활동을 하는 당연한 이치를 외면하고 내 입장에서 좋다, 싫다 말한 것은 나의 이기심이 맞다.
창틀 먹이터에 오는 새들을 관찰하면서 새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차츰 그 시선은 나를 향했고, 종국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기에 이르렀다. 작은 새들에게 가졌던 측은함과 불안은 그저 내 마음의 문제였을 뿐이다. 작건 크건 저마다의 삶이 얼마나 단단히 압축되어 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이 세계는 모든 존재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서 움직인다. 생물은 물론 물 돌 흙 같은 무생물까지 아주 촘촘히 연결되어 있으면서, 또 각자의 삶에 몰두하여 살아가는 것이 이 세계의 동력이 아닐는지. 나에게는 나의 삶이 있고, 동고비는 동고비의 삶이, 쇠박새는 쇠박새의 삶이, 멧비둘기, 박새, 참새, 귀신새, 딱따구리, 물까치······ 저마다 각각의 삶이 있다. 그들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고 싶다. 지켜봐 주는 것 그리고 방해하지 않는 것 말이다.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새들에게서 나는 배웠다. 자연의 순환과 신비,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에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다.
1년 동안 날마다 보던 녀석들을 갑자기 안 보는 건 못할 것 같다. 한동안은 좀 더 지켜볼 생각이다. 동고비 암컷이 집을 짓기 위해 진흙을 부리에 잔뜩 묻히고 오는 걸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다. 박새와 어치가 부부끼리 꽁냥 거리는 모습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세상을 이어갈, 올봄에 태어날 꼬물이 새끼들도 보고 싶다. 영화가 끝나도 삶은 계속되는 것처럼, 창틀 먹이터는 언젠가 문을 닫을 테지만 새와 나, 우리의 삶은 흘러가리라. 서로의 안녕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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